11시, 집에 오는 버스에서 본 마포대교의 가로등은 양탄자 위의 촛불들 같기도 하여 에어컨이 무색하게 가슴이 뜨듯하구나.
요즈음의 국회 앞 아스팔트 횡단보도는 혹여 햇빛에 휘어지지는 않을까 듀오백 의자 같기도 하여 너무도 아슬아슬하구나.
무언가의 위로인 듯, 무언가의 해소인 듯 밤의 마지막에 홀로 술을 찾는 나는 자판기 같기도 하여 이게 라스베가스를 떠날 때의 니콜라스 형님의 기분 인 듯 싶기도 하구나.
모기 물린 곳의 가려운 곳을 마구 빗질해대는 아침은 정갈한 아침을 준비하는 새댁 같기도 하여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내심 기대해보기도 하는구나.
눈 앞에 보이는 저 오렌지 빛이 캘리포니아에서 열린다는 그 열매인 것 같기도 하여, 갑자기 손을 올려 눈썹위를 가려보기도 하는구나.
매일이 전 날 공부를 하나도 하지않은 과목의 시험을 보는 좌불안석의 시간같기도 하여 대책없이 잠이나 자며 꿈이나 꿔볼까 싶기도 하구나.
차라리 그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리고 그 때의 새벽과 어두침침한 외로이 지새운 밤에 내다 본 의미없는 야경은 나름의 인생지도 였다는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여 폐허가 된 광장에 빗질 하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그 빗질 소리가 자장가가 되는 것 같기도 하여 내일은 하루 더 늙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