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집에 오는 버스에서 본 마포대교의 가로등은 양탄자 위의 촛불들 같기도 하여 에어컨이 무색하게 가슴이 뜨듯하구나.

요즈음의 국회 앞 아스팔트 횡단보도는 혹여 햇빛에 휘어지지는 않을까 듀오백 의자 같기도 하여 너무도 아슬아슬하구나.

무언가의 위로인 듯, 무언가의 해소인 듯 밤의 마지막에 홀로 술을 찾는 나는 자판기 같기도 하여 이게 라스베가스를 떠날 때의 니콜라스 형님의 기분 인 듯 싶기도 하구나.

모기 물린 곳의 가려운 곳을 마구 빗질해대는 아침은 정갈한 아침을 준비하는 새댁 같기도 하여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내심 기대해보기도 하는구나.

눈 앞에 보이는 저 오렌지 빛이 캘리포니아에서 열린다는 그 열매인 것 같기도 하여, 갑자기 손을 올려 눈썹위를 가려보기도 하는구나.

매일이 전 날 공부를 하나도 하지않은 과목의 시험을 보는 좌불안석의 시간같기도 하여 대책없이 잠이나 자며 꿈이나 꿔볼까 싶기도 하구나.

차라리 그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리고 그 때의 새벽과 어두침침한 외로이 지새운 밤에 내다 본 의미없는 야경은 나름의 인생지도 였다는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여 폐허가 된 광장에 빗질 하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그 빗질 소리가 자장가가 되는 것 같기도 하여 내일은 하루 더 늙을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의심하는 나

-자기 전 문득 든 생각 하나.

그 무엇도 나의 것이 아니다.
내가 입고 잇는 옷도. 물론 내가 돈을 주고 구입하기는 했지만 그저 남들이 입고 다니는 것을 흉내내어 비슷하게 어울리고자 걸치고 다닐 뿐.
내가 잠을 자는 곳도. 잠시 세들어 사는 조그마한 공간. 난 이곳을 빌린 것일 뿐.
내가 먹는 것도. 입으로 들어와 뒤로 나간다. 말해 무엇하랴.

의식주가 정리 되었다.

일단은 의식주 중 하나도 가지지 못했다.
아니 가질 수 없다.

이 곳은 어디인가.
내몸이 살아가는 이 공간, 이름을 뭐라 붙이기도 그리고 생각도 잘 나지않는 이 공간.
이것저것 다 남에게 줘버렸다.

그들과 어울릴 만한 것, 그들과 어울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것들.

내게 남은 것은 자그마한 의지와 어디에도 가지않고,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내 몸이 있다.
몸도 현재는 하루의 일정시간 머물러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약속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그리고 이제 다 줬다고 생각하니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

무엇을 가지려 할 것인가.
가질 수 없는 것, 애초에 나의 것이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신경은 이제 많이 접는 것이 낫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의심하는 나